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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아~ 발진난다~ "
RF를 하다보면 이런 비명을 지를 경우가 많습니다. 발진현상에 익숙한 사람에게 원하지 않는 발진은 참으로 골칫덩이고, 아직 이것저것 헤메는 초보시절에는 대체 저게 뭐길래 저러나싶을 것입니다.
발진은 RF를 하면서 흔히 만나는 골칫덩이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그 원인과 증상, 해결법에 대해 서술한 자료를 찾기는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실무전선에서 발진에 익숙한 엔지니어라 해도, 발진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원리적 개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합니다. 단지 풍월과 경험을 통해 발진을 해결하지만, 뭔가 미심쩍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발진이란 대체 무엇이며, 왜 생기고, 왜 문제가 되는지 함께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발진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셨던 분이시라면, 집중! 하시기 바랍니다.
☯ 발진(Oscillation)의 정의
발진의 정의는 간단합니다만, 여러 가지로 표현됩니다.
- 능동회로/시스템에서 입력신호가 없는데 출력신호가 검출되는 상황
- DC신호가 AC신호로 변환되는 것
- 원하지 않는 주파수대역에서 정체불명의 공진신호가 뜨는 경우
(엄밀히 말해 발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들 부름)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DC전원이 존재하는 능동회로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DC전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결국 트랜지스터와 같은 능동소자를 사용하여 이득(gain)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이득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입력신호에 비해 출력신호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발진의 열쇠는 바로 이러한 능동소자의 이득에 있습니다. 그래서 발진을 일으키는 배후주동자는 대부분 증폭기(amplifier)란 놈입니다. 그렇다면 주동자를 때려잡으면 해결될까요? 글쎄요?
그 비밀을 차차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발진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럼 어떤 현상을 보고 발진이라고 부를까요? 아래에 증폭기를 측정할 때 보이는 발진을 그림으로 표시해보았습니다. (Spectrum analyzer로 보는 상황입니다)
보시다시피, 특정 주파수의 신호만 입력했는데 출력단에서 이상한 떨거지 주파수 성분들이 팍팍 튀고 있습니다. 원래는 중앙의 입력신호에 대한 성분만 나와야 하는데 말이지요. 환장할 일입니다.
발진의 현상을 꼭 저 위의 그림같은 형태로만 규정할 수는 없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걍 원치도 않는 주파수에서 살짝 뜨기도 하다가 굵게 올라오기도 하다가 벌벌 떨기도 하다가.. 하여튼 차분히 가라앉아 있어야 할 주파수대역에 오만가지 눈에 띄는 파도가 출렁입니다.
발진은 입력신호를 넣지 않아도 마치 입력신호라도 있는 양 버젓이 나옵니다. 그리고 위의 경우처럼 입력신호가 있으면 더더욱 많은 발진성분이 보이게 됩니다. 입력신호와 발진신호간의 intermodulation으로 인해 떨거지 주파수 발진까지 점점 더 늘어나니까요.
중요한 건, 단 하나의 이상한 주파수 성분이 뜨더라도 그건 발진입니다. 입력이 없을 때는 아~무~런 출력이 없어야 정상이며, 저런 주파수성분이 하나건 수백수천개건 간에 다 발진입니다. 그리고 발진은 그 특성상 여기저기 떴다 안떴다 하면서 사람을 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발진이 있나 알아보려면 전 주파수대역에서 다 체크해보야 합니다.
발진여부 체크는 증폭기와 active mixer 등에서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지만, 어떤 spec을 보아도 발진여부에 대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발진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진 측정은 그 특성상 위의 그림처럼 스펙트럼 어낼라이저로 관찰하게 됩니다. DC전원만 걸고 여러대역을 죽~ 살펴봤을 때 튀는 놈이 없이 깨끗해야 하지요. 발진이 나는 회로의 S파라미터 특성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완전히 멋대로 놉니다. 그 증상은 너무도 다양하지만, 네트웍어낼라이저에서 봤을 때 파형이 정신없이 뭉개지고 결과값이 오락가락 하게되지요. 발진이나면 S파라미터 측정따윈 할필요도 없습니다. 아래와 같이 발진난 회로의 NA 출력화면을 보다보면 머리속에서 2차 발진이 폭발합니다. ^^;
그리고 이렇게 발진이 나면 가장 티가 나는 것중 하나가 전류가 불안정해집니다. DC전원을 인가하여 일정한 전류가 DC 공급기에서 나타나지 않고 저 혼자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발진이 일어날 때마다 그 발진주파수원을 생성하기 위해 전류를 끌어썼다가 안썼다가 지맘대로지요.
여하튼 발진이 일어나면 그 특성이 심히 불안정해지고, 계측기와 주변 회로를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회로를 수정해야 합니다.
☯ 발진은 왜 나쁘지?
좀 알 만한 분들이라면 발진이 나쁜놈이란건 몸소 체득하셨겠지만, 초심자 시절에는 의문도 들지요. 발진이 나오는건 그렇다치고 그러면 그넘이 왜 나쁜놈인지??? 그냥 다른 주파수에서 뜨는 발진성분이면 필터를 쓰던지 해서 신경꺼 버리면 될거 같은데...
발진이 나면 왜 안되는지 논리적으로 정리해보록 하지요.
1. 원치도 않는 주파수에서 아무렇게나 신호가 떠 버리므로 각종 스퓨어리스를 만들어 버립니다.
2. 원치 않는 주파수성분을 만드는데 쓸데없이 전력을 소모해버립니다.
3. 그 결과 원래 다루던 주파수신호의 이득과 전력이 떨어집니다.
4. 신호처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들쑥날쑥한 전력으로 인해 특성이 일정하지 않고 흔들립니다.
5. 발진으로 인해 과도한 발진 전력을 생성하면 주변회로나 계측기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6. 저혼자서 열나게 발진하다 지레 지처서 회로나 시스템이 아예 죽어 버리기도 합니다.
사실 발진이 나면 왜 안되는지 정리하는 것도 민망한 일입니다.
보시다시피 발진이 발생한 회로나 시스템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맛간 정신병자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지요.
☯ 발진은 왜 발생하는가?
적을 알아야 이기는 법! 이제 발진의 정체를 밝혀보겠습니다.
발진은 feedback과 loop란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일 위해 고의적인 발진을 일으켜서 신호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feedback 발진기의 원리를 함 들여다보도록 하지요.
feedback이란 출력성분이 입력쪽으로 돌아가는 되먹임 현상을 말하지요. 자의든 타의든 출력신호가 입력으로 돌아가는 loop가 생성되면 출력의 신호는 다시 입력으로 돌아가 이득을 가지고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신호가 다시 입력으로 돌면 또다시 이득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뺑뺑이를 돌다보면 그 신호는 점점 커져갑니다.
만약 입력신호가 아직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회로단에서 불안정상태 내지는 모종의 공진으로 인해 특정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진동주파수 성분이 아무리 작다해도 저런 feedback loop에 걸려 버리면 무시하지 못할 큰 신호로 검출됩니다.
아래에 예시한, 발진이 일어나는 과정을 순서대로 유심히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것이 발진이라 불리우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명확히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이득(gain)입니다. 출력신호가 입력신호보다 커지는 이득이 없다면, 저런 미세한 불안정상태가 feedback loop를 돈다 해도 그냥 미세한 잡음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진은 항상 이득을 가지는 능동회로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간단하죠?
이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말의 불안정요소라 하더라도 제거되어야 발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 불안정요소는 바로 이득 때문에 발생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원래 돈많은 부자가 더 마음이 불안한 법이지요.
물론 발진이 무조건 나쁜 놈은 아닙니다. 발진기(Oscillator)처럼 특정 주파수원을 발생시켜서 RF신호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 발진은 꼭 필요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발진은 의도적으로 필요한 발진이 아닌, 의도적이지 않은 발진을 다루는 것입니다. 혹시나 혼동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어쨌건 의도적인 발진이건 원치않는 발진이건, 원리적으로 같다는 점은 주목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 Feedback Loop는 왜 생기나?
그렇다면 발진을 유발시키는 뺑뺑이, 즉 Feedback loop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어떤 것이 feedback을 유발하는 loop인지 감이 잘 안오실지도 모릅니다. 막연한 개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출력성분이 입력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 모든 경로를 feedback loop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엔지니어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의아니게 생겨 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feedback loop가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트랜지스터 레이아웃상의 loop
우선 원초적으로 파고들어볼까요? gain을 가지는 주인공인 트랜지스터의 경우부터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랜지스터는 BJT계열의 경우엔 base/emitter/collector, FET계열의 경우는 gate/source/ drain 의 3가지 반도체 물질들이 얼키설키 얽혀있는 능동소자입니다. 아래에 일반적으로 증폭을 하게되는 두 트랜지스터의 신호흐름을 표현한 그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잘 보시면, 위에 왠 Capacitor를 달아놓은 것이 보이실 것입니다. 증폭신호가 흐르는 pass에 병렬로 그려진 capacitor가 의미하는게 과연 무엇일까요?
저 그림에 표시된 capacitor는 트랜지스터의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base-collector, gate-drain간의 등가 캐패시터입니다. 도전체와 도전체 사이에 유전체가 존재하면 capacitance가 존재하게 되는데, 트랜지스터 레이아웃상 어쩔 수 없이 저런 기생 capacitance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capacitor는 DC는 안 흐르지만 주파수를 가진 교류신호는 통과시키는 특성이 있지요. 결국 저 capacitance 양에 따라 출력으로 나가려던 교류신호의 일부가 입력으로 돌아가 버리는 feedback 현상이 발생합니다.
안정도를 평가하는 K값을 단지 트랜지스터 소자에 대해서 시뮬레이션해보면, 소자마다 제각각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에는 NEC와 HP사의 모 Tr의 k값을 출력한 결과입니다.
어떤 소자는 K값이 너무 낮고, 어떤 소자는 거의 전대역에서 매우 양호한 K값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위에서 NEC68500은 4GHz 이상에선 K가 1이넘어서 비교적 안정하지만, ATF13735는 6GHz이상에서도 K가 1을 완전히 넘지 못하고 다소 불안해 보입니다. 그런데 둘다 낮은 주파수에서는 K값이 1이하로 점점 더 뚝뚝 떨어져가는 것이 뭔가 의미하는 듯 합니다. 즉, 트랜지스터는 저주파일수록 불안정합니다.
이것은 트랜지스터 공정은 물론, 원래 디자인된 소자 레이아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레이아웃이 어떤 방식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feedback을 유발시키는 등가 캐패시터의 값이 바뀌기 때문이지요!
여하튼 우선 소자 자체에서 출력신호가 입력으로 돌아갈 수 있는 feedback loop가 많건 적건 생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랜지스터 자체도 주파수대역에 따라 불안정하기도 하다가 안정하기도 하다가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트랜지스터가 증폭역할을 가지게 하려면 우선 발진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2. 공통 Ground에 의한 loop
두 번째로, 가장 주요한 feedback loop는 바로 Ground입니다. 아래의 증폭기 예제회로를 보면, 각종 병렬회로나 바이어스와 관련하여 Ground로 접지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회로도만 보면 마치 다 따로 떨어져있는 접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회로적으로 한 node를 Ground로 잡은 채 모든 접지가 연결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PCB를 땜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DC와 AC의 reference 전압점이 되는 Ground는 하나입니다. 아래에 공통 Ground를 통해 그려지게 되는 loop의 다양한 사례를 보였습니다.
이 공통 Ground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신호마다 각각 분리된 Ground를 가져야 할텐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Ground를 하나로 같이 사용하면서 각각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한 loop는 그냥 인정하고, 다른 차원에서 발진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3. 선로 커플링에 의한 loop
세 번째,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선로를 통해 생기는 loop가 있습니다. 이게 뭔 소린가 싶으실테니 아래의 그림을 보시지요.
아시다시피 고주파 RF에선 꼭 선로가 있어야만 신호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바로 커플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인접한 선로끼리 서로 중간에 capacitance 성분을 유발하여 결국 신호가 서로 교류되는 커플링은 막을 수 없는 자연현상입니다. 위처럼 교차하는 선로는 물론, 아래처럼 인접선로 커플링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그림에서처럼 교차 또는 인접한 선로끼리 커플링을 하면서 에너지 교환을 하다보면 엉뚱한데서 루프를 그리면서 발진의 신호원이 되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PCB를 짜거나 레이아웃을 할 때 저런 부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선로들을 배치하다보면 다층선로가 겹치거나 인접하는 문제를 완전히 피해간다는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최대한 막아보긴 하되, 어쩔 수 없이 생기는 loop를 고려해서 여러 가지 발진방지대책을 심어놓아야 합니다.
☯ 저주파 발진
많은 경우, 발진은 고주파보다는 저주파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어째서일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여러 배경지식과 상황이해가 필요합니다. 차근차근 둘러보도록 하지요.
어떤 트랜지스터건 위와 같은 주파수별 이득 그래프가 있지요.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최대 gain은 계속 줄어듭니다. 그리고 gain이 1이 되어 더 이상 전력 또는 전류 이득작용을 하지 못하는 주파수를 소위 f_max , f_t 라고 부르게 됩니다. 소자의 f_max가 높다는 말은 결국 같은 주파수에서 gain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모든 트랜지스터는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gain이 줄어들게 되는데, 역으로 말해서 주파수가 낮을수록 gain은 올라간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므로 저주파일수록 더욱 높은 gain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loop를 돌고 있는 미세진동이 더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주파에서 발진이 더 심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발진의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중 하나가 feedback loop라는 것은 이제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한 feedback loop의 길이에 따라서 위상관계가 발생하고, 결국 loop의 궤적이 길수록 파장이 긴 저주파에서 공진성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에 설명되었던 feedback loop중 가장 긴 편에 속하는 것이 바로 Ground를 타고 돌게되는 loop입니다. 저위에 보여진 공통 Ground loop 그림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공통 Ground는 어디에나 연결되고, 특히 DC바이어스 선로는 꽤 긴 거리를 돌아서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feedback되는 loop의 전체 길이가 가장 길 게 됩니다. 그래서 긴 거리에 동조되는 미세진동의 파장도 길어지고, 결국 저주파에서 발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측정시에는 DC전원에서 길 게 선로를 뽑아서 DUT에 물리기 때문에, 상당히 긴 loop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측정시에만 나타나는 초저주파 발진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발진의 대부분은 저주파에서 발생해버립니다. 그리고 저주파 발진은 보다 심각한 복합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저주파 발진이 제일 미워!
언뜻 생각하면, 수백 kHz대에서 발생한 미세한 저주파발진의 경우는 대충 무시해도 될 것처럼 보입니다. 전력변화도 별로 없고, 전류흔들림도 없고, 간단히 중간에 필터를 쓰면 없어질 것 같은 작은 성분..
그렇지만 위에 언급되어 있듯이, 아무리 작고 아무리 낮은 주파수에서 뜨는 발진현상이라 하더라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저렇게 작고 미미한 발진이라도 실제 시스템 내에서는 무시못할 존재가 됩니다. 왜일까요?
입력신호도 없이 아주 낮은 주파수에서 떠 버린 발진은, 언뜻봐서 신호주파수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해가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주파발진이 생긴 경우에 신호주파수를 입력하고 출력단에서 스펙트럼 어낼라이저를 확인해보면 아래와 같이 뜹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바로 선형성 강의에서 지겹게 언급되는 intermodulation입니다. 변조가 걸려 버린 것입니다. 원래 신호와 발진신호 성분이 서로 하모닉끼리 더하고 빼지면서 오만가지 각종 잡스런 주파수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요. 저주파발진의 주파수가 낮으면낮을수록 원래 처리하려던 신호주파수 가까이에 intermodulation 신호를 생성해 버립니다.
원래 intermodulation은 두 입력신호가 합과 차의 mixing이 되 버리는 상황을 말하지만, 보통 원치않는 입력신호와 실제 신호와의 intermodulation은 cross modul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하튼 변조가 걸려 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의 신호에 불필요한 신호가 실려 버린 셈이니까요.
예를들어 100kHz에서 발진이 뜨고 있는데 900MHz의 신호를 처리하게 되면, 900MHz ± 0.1MHz = 899.9MHz 와 900.1MHz의 아주 인접한 intermodulation 결과들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이래서는 절대로 spec in 시킬 수 없습니다.
출력신호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새끼신호가 줄줄히 보인다면, 그것은 저주파 발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하튼, 고주파건 저주파건 어디서건 발진이 뜨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 발진의 정체는 밝혀졌습니다!
자, 발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력성분이 입력성분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 feedback loop를 통해, 모종의 불안정 미세주파수성분이 결국 그 loop를 돌면서 gain을 가지고 하나의 뚜렷한 주파수출력 성분으로 나타나는 현상
발진의 원인을 규명하는 키워드 : Feedback loop , Gain
결국 feedback loop와 gain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주파수출력성분은, 스펙트럼상에서 발진성분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주파수에서 뜰지 미리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동안 발진에 익숙하셨던 분들이라도 아직 이러한 근본원인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근본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글에는 실제로 발진을 잡는 방법을 총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http://rhd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