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 - 금성 탐사선의 역사
▣ 테마가 있는 인공위성 이야기 (6)
(그림 1) 마젤란 호에서 촬영한 금성
최근 들어 부쩍 화성 탐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 전에 화성에 착륙한 쌍둥이 로봇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화성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들을 많이 보내주고 있어서 연일 새로운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스익스프레스와 비글2를 보냈고 러시아에서도 새로운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 했습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이런 화성 탐사 경쟁은 17․8세기의 강대국들의 식민지 침략 경쟁을 연상케 합니다.
대양을 항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만이 새로운 영토를 차지할 수 있다는 당시의 생각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주를 항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만이 새로운 우주 영토를 가질 수 있다.”라고.
만약 지구 외의 행성에 우주 식민지가 생긴다면 그 첫 번째 대상은 화성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화성에는 모든 생물의 생존에 있어 필수 요소인 물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얼음 상태이기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얼음 상태의 물을 녹여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입니다.
화성에 대한 탐사는 이렇게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화성의 반대쪽, 지구 안쪽 궤도를 돌고 있는 금성은 어떨까요? 금성에 대한 탐사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 걸까요? 그동안 금성으로 보냈던 탐사선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화성에 비해 금성에 보냈던 탐사선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금성 탐사에 관해서는 러시아(옛 소련)가 미국보다 훨씬 적극적이었습니다. 미국이 총 6기의 탐사선을 보낸 것에 비해 소련은 18기의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탐사선들은 금성 주위를 선회하며 대기 관측과 레이더 관측만을 수행했던 것에 비해 러시아의 우주선들은 두꺼운 대기층을 뚫고 지면까지 내려가 금성 지표면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탐사선들이 얻어낸 정보가 더 많았는데 그것은 1989년에 발사된 마젤란호의 공로 덕분이었습니다.
1957년에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한 소련은 달 탐사선에 이어 행성 탐사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실제로 미국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소련이 미국보다 우주 개발 분야에서 앞서 나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독일의 로켓 기술을 응용하여 새로운 대형 로켓을 기초부터 개발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던 반면에 소련에서는 2차대전의 결과로 얻은 기존의 독일 V2로켓의 크기를 더 늘리지 않고 여러 개를 묶어서 쓰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래서 소련에서는 단기간에 실수 없이 대형 로켓을 만들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로켓 발사 실패가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주 개발 초기에는 소련이 약간 앞서 나가게 되지만 결국 인간의 달 착륙은 미국이 먼저 성공하게 됩니다. 작은 로켓을 수십 개 묶어서 쓰는 방법으로는 큰 힘을 내는 로켓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소련에서는 새턴 로켓 같은 초대형 로켓을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금성 탐사선의 역사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금성이 어떤 행성이고 어떤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샛별이라고 부르는 금성은 익히 아시다시피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이고 화성과 더불어 지구형 행성의 하나입니다.
금성의 질량은 약 4.9×1024 kg 으로 지구 질량의 0.82배, 평균 반경은 6052 km로 지구의 0.95배에 해당합니다. 또한 평균 밀도는 5240 kg/m3 으로 지구의 0.95배, 표면 중력 세기는 8.87 m/sec2 으로 지구의 약 0.9배에 해당합니다.
특이한 점 한 가지는 다른 행성들은 모두 반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에 비해 유독 금성은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고 있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자전주기가 지구 시간으로 약 243일인데 비해 공전주기가 약 225일로 공전 주기가 더 짧습니다.
이처럼 금성은 그 크기 면에서 지구와 비슷하고 거리도 화성보다 훨씬 가까워 처음에는 그 표면 환경도 지구와 비슷할 거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우주 개발 초기에 각종 SF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한 외계인들도 대부분 화성보다는 금성에서 온 경우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탐사선들이 가서 관측해본 결과, 금성의 표면은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고열과 고압의 환경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탐사선의 관측 자료를 보면 금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약 470도 안팎, 대기압은 지구의 약 90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아주 열악한 환경 때문에 금성 표면에 착륙했던 탐사선들이 한 시간 이상을 견디지 못하고 고장이 나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 금성 탐사의 첫 번째 주자는 어떤 탐사선이었을까요?
스푸트니크 발사와 달 탐사선 발사의 여세를 몰아 소련은 1961년 2월 12일에 금성을 향해 최초의 행성 탐사선 베네라 1호를 발사합니다. 베네라 1호는 중량이 약 644 kg으로 당시로써는 작지 않은 탐사선 이었습니다.
우주 개발 초기에는 탐사선의 궤도 계산과 조종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금성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약 100,000 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지구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통신이 두절되어서 이 근접 거리도 지구에서 추정한 값일 뿐입니다.
소련이 베네라 2호를 준비하는 동안 미국도 탐사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소련보다 1년 6개월이 늦은 1962년 8월에 마리너 2호 발사에 성공합니다. 궤도 조종 기술이 조금 나아져서 마리너 2호는 금성에서 약 34,800 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합니다.
이때 금성 표면의 온도를 적외선과 마이크로웨이브로 관측했는데 표면 온도가 섭씨 400도가 넘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의 예상과 너무나 다른 관측결과였던 것입니다.
소련의 베네라 2호는 1호 발사로부터 4년 9개월 뒤인 1965년 11월에 발사되었습니다. 기술이 조금 더 좋아져서 금성 표면에서 약 24,000 km 지점을 통과하지만 통신 두절로 관측 데이터를 얻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한편 2호보다 4일 늦게 발사된 베네라 3호는 금성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여 표면에 낙하하였고 지구 이외에 행성에 처음 도착한 인공 물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3호 역시 통신 두절로 관측 자료를 얻지는 못하였습니다.
마리너 2호 발사 후 미국이 달 탐사에 전념하는 사이에도 소련은 계속해서 금성 탐사를 진행합니다. 1967년 6월 12일에 발사된 베네라 4호는 금성의 대기층으로 직접 들어가 관측 자료를 보내오는데 성공합니다.
이 때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대기의 약 90%가 이산화탄소라는 것, 대기 온도가 최고 섭씨 500도까지도 치솟고 대기압이 약 75기압에 이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이에 질세라 같은 해, 같은 달 14일에 발사된 미국의 마리너 5호도 베네라 4호보다 하루 늦게 금성에 도착해서 표면에서 3900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며 대기의 화학 조성을 측정하는데 성공합니다.
1969년 1월 5일과 10일에 연이어 발사된 베네라 5호와 6호도 나란히 금성의 대기 성분 측정에 성공합니다. 이때 대기권의 성분에 이산화탄소외에도 2~5%의 질소와 약 4% 정도의 산소도 포함되어 있음이 알려지게 됩니다.
한편 고압의 대기 압력 때문에 베네라 4,5,6호 모두 표면에 닿기 전에 찌그러지자, 소련에서는 탐사선이 표면까지 내려가기 전에 찌그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고열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연구가 계속 진행됩니다.
1970년 8월 17일 드디어 고열, 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베네라 7호가 발사되어 그해 12월 15일에 금성에 도착합니다. 베네라 7호는 낙하산을 이용해 금성 표면에 안착하여 30여분 간 표면의 온도와 대기압 데이터를 지구로 송신하는데 성공합니다. 베네라 7호는 50여분 간 금성 표면에서 작동했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1972년 6월에는 좀 더 튼튼하게 설계된 베네라 8호가 역시 금성 표면에 착륙해서 약 50분간 데이터를 보내오는데 성공합니다. 2년 뒤, 1974년 2월 미국의 마리너 10호가 금성 표면에서 약 4,200 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면서 대기에 쌓인 신비한 모습의 금성 사진을4,000장 이상 촬영하는데 성공합니다.
1975년에 발사된 베네라 9호부터는 궤도를 도는 궤도선과 표면에 착륙하기 위한 착륙선이 합체한 형태로 보내지게 됩니다. 일단 금성 선회 궤도에 들어간 다음에 착륙선만 분리되어 낙하산을 사용해서 표면에 착륙하는 형태인데 근래의 미국의 화성 탐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베네라 9호는 1975년 10월 22일에 금성 표면에 안착하여 최초로 금성의 표면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주게 됩니다. 곧이어 금성에 도착한 10호 역시 금성 사진을 보내옵니다.
(그림 4) 베네라 9호와 10호가 전송한 최초의 금성 표면 사진
(출처: http://nssdc.gsfc.nasa.gov/image/planetary/venus/venera9-10.jpg)
9호부터 14호까지의 베네라 탐사선들은 주로 사진 촬영과 대기 성분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물론 이때 보내어진 탐사선들은 지금의 스피릿이나 오퍼튜니티처럼 주위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착륙한 바로 그 자리 부근의 사진만 겨우 찍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1982년 3월에 금성에 도착한 베네라 13호와 14호는 컬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실려 있어서 멋진 컬러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9호부터 14호까지의 사진 관측 자료와 대기 성분 분석, 환경 분석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금성에는 생물이 살기 어렵다는 잠정적인 결론이 내려졌고 더 이상의 표면 착륙 임무는 무의미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베네라 시리즈의 마지막 탐사선인 15호와 16호는 1983년 6월 2일과 7일에 각각 발사되어 그해 10월 10일과 14일에 금성에 도착했습니다. 15호와 16호는 그전과는 달리 착륙은 하지 않고 금성 주위를 선회하며 사진을 찍어서 금성의 전체 지도를 만드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때는 광학 카메라 대신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싸"라고 읽습니다.)라는 장비를 사용했는데, 일종의 레이더로써 전파를 이용해서 금성 표면의 사진을 촬영하는 원리입니다.
금성은 항상 두꺼운 구름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광학 사진으로는 표면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파를 이용해서 표면을 관측하는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 SAR는 50년대 초반에 처음 이론이 등장하여 실제 위성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SAR는 전파의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광학 사진과 유사한 영상 정보를 얻도록 해줍니다. 광학 장비에 비해서 해상도도 뛰어 나고 구름층을 뚫고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첩보위성이나 정찰용 항공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컬러 사진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컬러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상으로 색을 입힌 것입니다.
1978년에 두 기의 탐사선, 파이오니아 비너스 1호와 2호를 보내서 레이더 관측을 시도했던 미국은 80년대 말에 이르러 금성 탐사 분야에서의 열세를 뒤집는 아주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수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젤란 탐사선입니다.
마젤란 탐사선은 SAR 장비를 사용해서 금성 표면의 거의 99%에 이르는 면적의 지도를 완성합니다. 마젤란은 우주왕복선에서 발사된 최초의 행성 탐사선이기도 한데 그 이전의 금성 탐사선들이 얻은 정보들 전체보다도 많은 자료를 얻게 해주었습니다.
(그림 6) 마젤란에서 SAR 장비로 촬영한 금성의 크레이터
(출처: http://nssdc.gsfc.nasa.gov/imgcat/html/object_page/mgn_c130n027_1.html)
오늘은 그동안 발사되었던 금성 탐사선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많은 우주 탐사 프로젝트들은 이처럼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의 토대 위에 쌓여진 결과입니다. 우주 개발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작은 우주선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같은 로봇 탐사 장비도 보낼 수가 있는 것이지요.
[김방엽 우주항공연구원 박사]
(참고 사이트)
http://nssdc.gsfc.nasa.gov/planetary/planets/venuspage.html
http://www.iki.rssi.ru/solar/eng/history.htm
http://www2.jpl.nasa.gov/magellan
http://www.russianspaceweb.com/venera75.html
(출처: http://nssdc.gsfc.nasa.gov/imgcat/html/object_page/mgn_c130n027_1.html)
오늘은 그동안 발사되었던 금성 탐사선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많은 우주 탐사 프로젝트들은 이처럼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의 토대 위에 쌓여진 결과입니다. 우주 개발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작은 우주선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같은 로봇 탐사 장비도 보낼 수가 있는 것이지요.
[김방엽 우주항공연구원 박사]
(참고 사이트)
http://nssdc.gsfc.nasa.gov/planetary/planets/venuspage.html
http://www.iki.rssi.ru/solar/eng/history.htm
http://www2.jpl.nasa.gov/magellan
http://www.russianspaceweb.com/venera75.html
※ 2004.06.09 18:10
※ 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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