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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관측위성 소호 구출 작전
▣ [기고] 테마가 있는 인공위성 이야기 - (11)
(그림 1) 태양관측위성 소호
(http://www.nascom.nasa.gov/gif/artist-FM.gif)
(http://www.nascom.nasa.gov/gif/artist-FM.gif)
소호(SOHO)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행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약어로 아주 소규모로 하는 개인 기업을 의미하는 말입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소호 위성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순수한 과학관측용 인공위성의 이름입니다.
태양관측 위성인 소호(SOHO)는, ‘태양 및 광구 관측소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미국과 유럽 연합의 합작 위성으로써 1995년 12월에 발사되었습니다.
몸체의 높이, 폭, 너비가 각각 4.3미터, 2.7미터, 3.7미터이고 태양 전지판을 모두 펼쳤을 때의 길이가 9.5미터, 발사시의 중량이 약 1,850킬로그램인 중대형급 위성입니다.
위성 설계부터 제작, 발사, 운영에 들어간 총 사업비는 약 10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이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유럽 연합이 위성 설계와 제작을 맡고 미국이 발사와 위성 운용을 담당하는 협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호는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태양 내부의 움직임과 표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24시간 끊임없이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태양 내부를 투시해서 본다는 뜻은 아니고 표면의 흑점 발생과 소멸, 홍염이나 그래뉼(쌀알 무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해서 태양 내부의 역학 상태를 유추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임무를 위해 소호 위성에는 유럽과 미국의 1,5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여 만든 12가지나 되는 많은 종류의 태양 관측용 장비가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CDS (코로나 분석 분광계), LASCO (광각 분광계), UVCS (자외선 코로나 분광계), GOLF (저주파 전구 진동측정장치), MDI (미켈슨 도플러 영상기), SDI (태양 진동 조사기) 등의 이름이 붙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 알아듣기 어려운 이름들이긴 한데 결국은 모두가 태양 표면의 활동과 코로나(태양을 둘러싼 고온의 가스층)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장비들입니다.
(그림 2) 소호 위성의 환경 시험 장면
(출처 - http://www.nascom.nasa.gov)
이렇게 각종 관측 장비로 무장한 소호 위성이 떠 있는 궤도는 어디 일까요? 태양 관측 위성이니 당연히 태양이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겠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인공위성들은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주위를 돌다보면 어떤 위성이든지 항상 태양을 바라보는 궤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궤도를 돌다보면 태양 빛이 지구에 의해 가려지는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됩니다. 태양 빛에 수직이 되도록 궤도를 돈다고 해도 계절이 바뀌고 태양의 위치가 변하면 반드시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때가 오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위성이 식(Eclipse)에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원래는 태양식(Solar Eclipse)이라고 해야 하는데 인공위성 개발자들은 이것을 줄여서 그냥 ‘식’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위성이 식에 들어가면 당연히 태양을 바라볼 수가 없게 되고 그 기간동안은 태양 관측을 할 수 없게 되어 전력 생산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위성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소호 위성의 개발자들은 지구 주위를 떠나 아주 특이한 궤도에 소호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루 24시간 항상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인데 그곳은 바로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중력의 균형점입니다.
자, 지구와 태양을 잇는 가상의 직선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직선 상의 아무 곳에 위성을 가만히 놓아둔다면 위성은 어떻게 될까요?
그 지점에서 태양의 중력이 더 세다면 태양 쪽으로 위성이 끌려 갈 것이고 지구의 중력이 더 세다면 지구 쪽으로 끌려 갈 것입니다.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똑같다면? 네, 위성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게 됩니다.
이렇게 양쪽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물리학에서는 ‘라그랑지 점(Lagrange Point)'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라그랑지 점이 꼭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수준의 물리학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라그랑지 점은 양 쪽 천체의 사이 외에 서로의 반대편 즉, 양 쪽 천체의 바깥쪽과 양 천체를 잇는 선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에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지점들을 순서대로 L1, L2, L3, L4, L5 포인트 등으로 부릅니다.
여러 곳의 라그랑지 점에 인공위성을 위치시키는 방안을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적으로는 흥미롭지만 그 위치에 인공위성을 두어야 하는 실용적인 이유가 아직까지는 없어서 위성 궤도로는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유일하게 가장 먼저 인공위성 궤도로 사용된 것이 바로 소호 위성이 자리 잡고 있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L1 지점인 것입니다. 지금은 소호 외에도 에이스(ACE; Advanced Composition Explorer)라는 이름의 다른 위성도 이 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소호 위성이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 위에서 꼼짝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고 태양을 바라보는 수직면 위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치 천주교 성인들 그림에 있는 머리 뒤의 후광(Halo)을 연상시킨다 해서 헤일로우 궤도라고도 합니다.
(그림 3) 파란색 선이 소호의 헤일로우 궤도, 붉은 색은 또 다른 태양 관측 위성인 ACE의궤도
(출처 - http://www.ieec.fcr.es/libpoint/viewgraphs.html)
소호 위성이 위치한 곳은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약 140만 킬로미터 가량 되는 곳입니다. 지구와 달 거리의 4배 정도 되는 곳이지요. 소호 위성은 L1 라그랑지 점에서 관측 장비와 태양 전지판은 태양 쪽으로 향하고 통신 안테나는 지구 쪽으로 향한 자세를 취하고 작은 원 궤도를 그리며 하루 24시간 태양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되었던 활동 기간은 2년이었지만 원래 예정되었던 수명을 훨씬 초과하여 2004년 현재까지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소호 위성이 위치한 곳은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약 140만 킬로미터 가량 되는 곳입니다. 지구와 달 거리의 4배 정도 되는 곳이지요. 소호 위성은 L1 라그랑지 점에서 관측 장비와 태양 전지판은 태양 쪽으로 향하고 통신 안테나는 지구 쪽으로 향한 자세를 취하고 작은 원 궤도를 그리며 하루 24시간 태양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되었던 활동 기간은 2년이었지만 원래 예정되었던 수명을 훨씬 초과하여 2004년 현재까지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4) 소호 위성이 촬영한 최근의 태양 표면과 흑점 사진 http://www.nascom.nasa.gov
위성을 통제하는 지상관제 센터에서 위성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몇 년에 한번 꼴로 일어나는 데, 1998년 가을에 소호 위성의 관제 센터에서 약 3개월 동안 위성과의 통신이 두절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1998년 4월 소호가 원래 예정된 2년 동안의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나자 미국 나사(NASA)와 유럽우주기구(ESA)의 관계자들은 소호의 임무 기간을 대폭 연장하기로 하고 위성에 설치되어 있는 탑재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교체 작업 담당자의 실수로 위성의 자이로스코프의 회전 속도를 제한하는 알고리즘이 삭제된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이로스코프의 회전 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회전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 부분의 감시 기능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물론 교체 작업 당시에는 이 사실을 몰랐고 나중에 사고 조사 작업 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소호는 두 달 동안은 이상 없이 작동했으나 그 해 6월 24일에 사고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위성에 장착된 세 개의 자이로스코프 중에서 두 개가 동시에 고장이 난 것입니다.
문제는 위성의 탑재 프로그램이 안전 모드에서 태양을 다시 찾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순간적으로 강한 태양풍이 위성의 자세를 흐트러뜨려서 태양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소호 위성의 제어 컴퓨터는 위성의 상태를 자동으로 안전 모드로 전환시키고 태양을 찾기 위한 몸체 회전 알고리즘을 작동시켰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윈도우 운영체제에도 안전 모드가 있듯이 위성에도 안전 모드가 있는데 이 모드로 전환되면 우선 모든 관측 임무를 중단하고 태양이나 지구 같은 기준점을 찾아 자세를 잡고 지구에 있는 관제센터의 지시를 기다리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습니다.
기준점인 태양이나 지구가 시야에서 한번 사라지면 그것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인공위성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 몸체를 빙글빙글 회전시켜서 상하 좌우 전후 전 방향을 탐색해야 합니다.
소호 위성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전 모드에서의 태양 탐색 알고리즘이 작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과속 제한 장치가 풀린 자이로스코프의 회전 속도가 한계점을 넘어버리면서 세 개의 자이로스코프 중에서 두 개가 고장이 난 것입니다.
자세 기준계 역할을 하는 자이로스코프가 고장 난 소호 위성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스핀을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 때문에 지구로 향해 있어야 할 안테나 방향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되고 만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나사와 유럽우주기구는 비상 대책반을 조직하고 소호와의 통신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평상시에는 화성이나 목성 탐사선의 관제에 사용하는 행성탐사용 통신망 DSN(Deep Space Network)을 총동원하여 DSN에 속한 모든 안테나들은 하루 24시간 중 절반은 소호의 탐색에 사용되도록 동원되었습니다.
소호 위성이 그동안 태양을 지향하지 못했으므로 전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때는 위성에서 나오는 신호만으로는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사에서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직경 305미터짜리 아레시보(Arecibo) 전파망원경으로 전파를 쏘고 소호의 안테나 혹은 전지판, 몸체 등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신호를 찾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림 5)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있는 305미터 전파 망원경
(출처 - http://homepage.mac.com/)
소호 위성과 연락이 끊긴지 한 달 만인 7월 23일, 마침내 DSN 안테나 중의 하나인 캘리포니아 골드스톤에 있는 안테나가 소호에서 반사되어 오는 규칙적인 신호를 잡아냈습니다.
반사된 전파가 53초 마다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소호의 몸체가 53초에 한번씩 한 쪽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소호의 상태는 오랫동안 배터리 충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도 바닥났을 뿐더러 히터를 켜지 못했으니 연료 탱크와 파이프도 얼어붙은 상태였습니다.
소호가 한 쪽으로만 회전하고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태양의 방향만 적당히 바뀐다면 전력은 다시 충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관제 센터에서는 배터리에 전력이 충전이 될 때까지 약 두 달을 더 기다렸습니다.
(그림 6) 소호 위성의 자세 이탈과 임무 복귀
(출처 - http://www.nascom.nasa.gov)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호에서 오는 신호가 약간씩 강해졌고 신호 내용을 해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전력 상태는 좋지 않지만 자이로스코프 외에 다른 장치는 전혀 이상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 중순,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마침내 자이로스코프가 없어도 자세를 지향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교체가 되어 자세가 복구되고 소호는 원래의 임무를 다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12개의 관측 장비들은 하나 둘씩 본래의 관측 임무를 재개 하였고 그중에 몇몇은 사고 전보다 오히려 성능이 좋아진 것도 있었습니다.
(그림 7) 소호의 임무 복구에 성공한 후 관제 센터 인원들의 기념사진
(출처 - http://www.nascom.nasa.gov)
1998년 6월에 처음 사고가 나서 그해 12월에 완전 복구된 소호 위성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상 없이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이로스코프 없이 반작용 휠로만 작동하는 최초의 위성이라는 명예를 얻고 위성 운용 기술을 한 단계 도약 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소호 위성의 사고와 그에 대처하는 모습, 그리고 그 후의 복구 과정을 되짚어 보면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작은 실수 때문에 큰 사고가 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위성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도 책임질 사람을 찾아 문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고 재발을 막고 더 좋은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에 이들에게 찾아오는 짜릿한 희열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바로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 것입니다.
(관련 사이트)
http://www.nascom.nasa.gov
http://www.estec.esa.nl
http://esapub.esrin.esa.it/bulletin/bullet88/vande88.htm
김방엽 항공우주연구원 박사 kby@kari.re.kr
※ 2004.09.02 16:22
※ 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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