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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개념의 탄생
디지털방송이 아날로그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디지털 부호체계를 통한 시스템 통합(integration)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에 있습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동원한 이른바 미디어 융합(media convergence)의 핵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된 것이며, 대화형 기능(interactivity)이 가미되어 일방적이고 하향적이었던 방송 영역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는 구체적인 작업으로 ITU-R Study Group 10과 11의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방송을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방송서비스는 공공에 의해 사용될 영상, 오디오, 멀티미디어 및 데이터 서비스이며, 이를 위한 서비스 접근제어 기능(access control)과 대화형 기능(interactivity)을 포함한다. 방송서비스는 범용 수신기를 통해 일반에게 제공하기 위해 "点對全域 (point-to-everywhere)" 이 가능한 정보분배 수단을 사용한다. 방송은 전형적으로 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저속(저용량)의 backward link를 통해 시청자에게 고속(고용량) 정보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비대칭 분배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를 사용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스튜디오간 contribution 망, 분배 node까지의 1차 distribution, 시청자까지의 2차 distribution(유무선 및 광링크 사용) 및 정보취득망(예를 들어 ENG, SNG)을 동원할 수 있다."
이 문장은 고전적인 개념의 방송이 더 이상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즉 대화형 방송, 서비스의 유연성, 방송개념의 광역화와 포괄적 서비스 등이 미디어 융합시대에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문장 중에서 대화형 기능의 구체적인 수단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다시 정리해 보면, 시청자가 저속통신망을 통해 방송사업자에게 요구하여 대용량의 정보를 수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까지를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때 상향과 하향간의 비대칭적인 하부구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통신망과 방송망간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에 따라 미디어 융합이 방송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사업자가 통신사업의 범주에 있는 정보취득 수단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방송사업자 스스로 미디어 융합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 새로운 서비스의 창출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정하여진 틀 속에서 단지 수신된 정보를 듣고 보고 할 수밖에 없었으며, 방송사업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구가할 수 없는 매체였습니다. 오로지 제작자의 의도가 시청자의 요구와 맞아 떨어져 시청취율을 높일 수 있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해진 틀 속에서 막강한 힘을 방송에게 부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입니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시대에 일정한 틀은 없어지게 되며, 이른바 대화형 서비스가 아니면 생명력과 경쟁력이 뒤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다채널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져 채널당 영향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차별화가 경쟁력 보유의 기본적인 요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이라는 재화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인터넷서비스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경험재이므로 내용을 보지 않고는 그 가치를 가름할 수 없는 속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고 등을 통해 사전 경험을 시청자에게 요구하던 아날로그 방송의 틀을 뛰어 넘어, 디지털방송에서는 데이터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보내야 하고 시청자의 반응을 즉시 접수하여 이를 반영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확장된 프로그램가이드, 온라인 퀴즈, 제한수신 기능, 인터넷 데이터 제공, 프로그램 제작 주변 정보 제공 등, 방송이 보유하고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다각적으로 가공되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됩니다.
☯ 제작환경의 변화
디지털화의 핵심은 일차적으로 제작환경의 개선과 그에 따른 방송품질의 개선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디지털 방송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송출까지 디지털화해야 디지털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스튜디오들이 디지털화 되고 있으나 이 또한 1차적인 디지털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과 음향신호가 디지털부호로 바뀌어 처리되는 것만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맞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A/V 외에 프로그램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함께 흘러 다녀야 되고, 제작진들은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이용해야 하며, 또한 시청자로부터의 대화적 요구사항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closed caption이나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변정보, 시청자의 온라인 참여, 인터넷 등 외곽 정보채널과의 연결 데이터 등 실로 다양한 정보가 전체 제작흐름 내에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제작 시스템 자체에 있어서도 다매체 다채널화 시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프로그램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하며, 넌리니어 시스템의 일반화, 가상인물과 가상스튜디오 등을 포함한 가상제작 환경, TV Making Language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언어형태의 프로그램제작 툴 등이 사용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인터넷방송이 급속히 도입되면서 기존의 방송프로그램제작 시에 인터넷방송 서비스까지를 고려한 제작개념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 송출환경의 변화
디지털 방송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은 바로 송출분야입니다. 과거 아날로그 송신기가 디지털 송신기로 대체되면서 송신출력의 효율성증가 및 클리프현상(임계점에서 방송이 전혀 수신되지 않는 현상) 등에 따른 서비스에리어의 재편이 고려되어야 하며, 특히 전환기간 동안의 유효한 채널확보 등이 중요하게 됩니다. 또한 아날로그 신호측정과는 달리 전송비트스트림의 분석, 에러보호수준을 평가하는 아이다이어그램(eye-diagram) 등이 중요한 측정대상이 될 것입니다.
한편 다중화 및 재다중화 기술이 송출의 일부로 자리잡게 되며, 이때 지상파 디지털TV에서는 한 채널에 여러 개의 SDTV 프로그램을 다중화할 수 있기 때문에 컨텐츠에 따라 압축비트율을 동적으로 변경하여 전체 비트율 내에서 가장 최적인 화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통계적 다중화 기법이 적용될 것입니다.
로컬방송의 경우 본사에서 송출한 방송스트림 또는 M/W링크를 통해 전송된 압축스트림을 사용할 경우, 재다중화 기술은 화질유지를 위해 대단히 필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TV방송에서 TVR을 사용하듯이 디지털 방송에서도 그 단점인 클리프현상과 쉐이딩에어리어(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지역)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저출력 재중계 송신기, 이른바 디지털 TVR을 운용해야하며, 이 경우 전환기간 동안의 채널확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 라디오환경의 변화
디지털 방송이 TV를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으나 라디오 방송(오디오방송)의 경우 그 필요성은 사실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제작환경은 TV에 비해 디지털화가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AM 방송은 최근 DRM(Digital Radio Mondiale)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개발결과 및 표준화활동이 ITU-R SG10에 보고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국제표준이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 앞서 Eureka-147을 중심으로 한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가 유럽일부에서 현재 서비스 중이며, KBS도 3년 전부터 관악산에서 실험방송 중입니다.
또한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오디오방송은 외국에서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으며, 국제방송도 단파를 이용한 아날로그 방송에서 Worldspace 등과 같이 통신위성을 통한 오디오방송으로 발전되어 프로그램만 제공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국의 방송을 수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단파방송은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이렇듯 라디오방송도 디지털시대로 발전해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다만 수신기가 얼마나 현실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수신환경의 변화
디지털 시대에는 전체 방송환경에 있어 방송제작 및 송출분야에 못지 않게 수신기술 분야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기존에 다른 방송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신기 보급이 상당히 용이하였지만, 디지털방송은 기존의 아날로그와 동시방송을 실시해야 하는 전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신기(수상기)의 시장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 보급에는 풀기 어려운 "닭과 달걀의 문제"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초기시장 형성에 이해당사자간의 협력을 통한 서비스 증진대책이 절실하게 됩니다. 더구나 최근과 같이 기술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이 활발해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한편 조만간 TV수상기가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능을 포함하면서 MHP(Multimedia Home Platform)으로서 자리잡게 되고, 또한 방송사로부터의 데이터서비스를 수신하여 기존 통신망이 구가할 수 없는 초고속 하향 네트워크를 쉽게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서 방송이 담당할 수 있는 대단히 큰 역할이며, 차별화된 방송전략의 핵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잘 정합된 수신기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차 모든 매체에 걸친 통합형 수신기가 등장할 것이며, 따라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보장되는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디스플레이 포맷에 있어서는 가전사들이 새로운 시장형성을 위해 1080i HDTV를 기본으로 하는 50인치 이상의 후면투사형 프로젝션TV를 초기부터 출시하고 있는데 CRT형은 소비자 동향과 시장추이를 보아가며 출시할 것입니다. 그런데 CRT형의 경우 HDTV 디스플레이로서의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36인치 이상이 되어야하는데, 이 경우 무게나 부피로 보아 일반 가정에 설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을 벽걸이 TV인 PDP(Plasma Display Panel)의 경우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진입에는 앞으로도 3~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전환기가 끝나갈 2010년경에는 가장 일반화된 디스플레이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HDTV방송을 수신하되 와이드 SDTV 수준으로 낮추어 디스플레이 하는 수상기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시판된다면 전환기 동안 틈새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출처 - http://www.kbs.co.kr/tech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