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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B는 미국 국방부가 지난 1960년대에 처음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무선기술이다.
수~수십 GHz대의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사용전력이 낮으며, 전송속도는 현재 가장 빠른 WLAN 표준인 IEEE 802.11a(54Mbps)보다 10배 이상 빠른 500Mbps~1Gbps에 달한다.
대부분의 기존 무선기술들이 반송파(carrier)라 불리는 기준 주파수 파형의 형태를 변화시켜 정보를 전달하는데 비해 UWB는 반송파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0과 1처럼 일정한 주기와 파형을 가지고 있는 전기적 신호인 펄스(pulse)를 1초에 수십억회나 발산한다. 일종의 모르스부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펄스를 통해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이들 펄스는 잡음 레벨에 가까운 스펙트럼을 형성함으로써 중간에 이를 식별하거나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보안유지에 적합하다. 인텔의 UWB 전문가인 케빈 칸은 UWB의 이같은 성질을 ’강당에서 옆 사람과 귓속말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연사의 연설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UWB를 이용해 전장에서도 적군에게 감청되지 않고 미군끼리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초당 수십억개에 달하는 고주파 펄스(pulse)는 콘크리트나 시멘트 등 견고한 물질도 투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벽과 지하를 관통할 수 있는 이같은 성질을 이용하면 지진이나 각종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위치 확인 등에 UWB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위성 위치측정시스템(GPS)나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와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UWB의 상업적 이용을 승인한 FCC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UWB의 상용화를 놓고 지난 3년간 정부기관과 업계간에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져 왔다. 미국내 상용주파수의 분배를 관할하는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국(NTIA)과 국방부의 반대가 심했으며, 민간에서는 GPS 업체, 항공 교신 시스템회사,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주파수 교란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통신용 주파수 대역의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미국 통신시장의 사정과 미국 업체들이 UWB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격적으로 이 기술의 상용화를 승인, 업체들의 상용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FCC측은 사용 주파수 범위를 3.1~10.6GHz 대역으로 제한, 3.1GHz 이하 대역을 사용하는 GPS나 이동통신 업체들과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사용주체도 경찰서, 소방서 등 정부기관과 건설회사, 자동차회사 등 특정 산업분야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FCC는 앞으로 1년간 UWB 제품들의 전파간섭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이 기술의 적용분야 확대를 고려하기로 했다.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관련기업들
관련업계는 이미 지난 1998년 공동 기술연구 단체인 울트라와이드밴드 워킹 그룹(UWBWG)을 설립, 개발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는 전세계 업체들과 대학 연구소 540여곳이 참가하고 있으며, UWB 기술의 표준화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가전제품 간에 동영상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새로운 무선 시스템 표준 규격제정을 위해 전담 연구그룹을 창설하기도 했다.
참가업체들은 UWB의 상용화에 앞으로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무선 분야의 저명한 컨설턴트인 앤드루 세이볼드는 “UWB 관련시장 규모는 10년 이내에 1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내년부터 UWB 부품을 관련 장비 업체들에 공급, 빠르면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이를 장착한 전자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많은 전자업체들은 500Mbps~1Gbps의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라는 UWB의 특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FCC의 규정에 따라 상용 UWB 기술의 전송범위는 9m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블루투스(Bluetooth)나 WLAN을 대체할 수 있는 가정용 무선통신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9m라는 전송범위는 30m에 달하는 무선랜의 범위에 비해 작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무선기술 컨설팅업체인 아이길럿리서치(iGillottResearch)의 이언 길럿 사장은 “발끝에서 머리까지 데이터를 전송하기에 족한 범위”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로 한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9m의 전송영역은 대체로 큰 불편함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무선랜의 10배에 달하는 전송속도는 분명 매력적이다.
현재 소니, 모토롤러, 인텔 등 대기업들은 물론, 타임 도메인(Time Domain)이나 엑스트림 스펙트럼(Xtreme Spectrum)과 같은 신생벤처 업체들이 잇따라 가정용 무선통신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인텔은 이미 100Mbps급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UWB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시험 생산했으며,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한 범용직렬버스(USB) 2.0 표준 인터페이스 무선제품을 머지 않아 선보일 계획이다.
UWB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다양한 활용범위다.
많은 전문가들은 UWB가 위치 측정 분야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WB의 고주파 펄스는 몇 분의 1인치 이내로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 GPS보다 높은 정밀도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 점에 착안, 충돌방지 장치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는 다른 차량이나 각종 장애물이 일정 거리 이상으로 접근하는 경우,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급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더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UWB의 특징을 활용하면 벽이나 지하, 신체 내부에서 특정한 물체를 찾아내는데도 많은 도움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롤러는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벽을 투시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투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타임 도메인도 이와 유사한 벽 투시용 레이더를 개발,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이 시스템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제품이 상용화되면, 이를 헬리콥터에 설치해 지뢰매설 지역에서 지뢰를 탐지하는데 이용할 방침이다.
또 하나 흥미를 끄는 분야로는 분실방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한 벤처기업은 우산이나 핸드백 등 개인 휴대품에 UWB 센서를 장착, 휴대품이 주인에게서 일정 거리 이상으로 멀어지면 경고음을 내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UWB의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엑스트림의 마틴 롭하트 CEO는 “UWB는 침체된 무선 통신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분석회사인 프리커서 그룹의 스콧 플리랜드 애널리스트도 “수많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격찬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UWB는 중세의 연금술(alchemy)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이용해 끝없는 응용분야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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